지난 주말, 새벽 3시쯤이었을까. 갑작스런 손목 통증에 잠에서 깼다. 마치 누군가 내 손목을 꽉 조이는 듯한 느낌. 처음엔 베개에 팔이 눌렸나 싶었는데, 손을 털어도 저린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다.
"설마 내가?" 하는 생각이 들었다.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,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이 증상. 바로 손목터널증후군이다.
손목터널증후군이란? 현대인의 숨겨진 적
생각해보자. 우리는 하루에 몇 번이나 손목을 사용할까?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, 손목은 쉴 틈이 없다. 스마트폰을 들고, 마우스를 클릭하고, 요리를 하고, 청소를 한다. 마치 24시간 근무하는 직장인 같은 손목이 결국 항복선언을 하는 것이다.
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
2010년 129,857명 → 2019년 177,066명36.3% 증가한 손목터널증후군 환자
특히 40~6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, 가사노동과 직장 업무를 병행하는 현대 여성들의 고충이 숫자로 드러난 셈이다.
손목터널증후군 초기증상 - 이런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
밤에 유독 심해지는 손 저림
엄지부터 약지까지의 특별한 패턴
물건을 자주 떨어뜨리는 증상
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경직감
30초 자가진단법 - 팔렌 검사로 간단히 확인하세요
양손의 손등을 서로 마주댄다
손목을 90도로 구부린 상태를 유지한다
가슴 높이에서 약 30초~1분간 자세를 유지한다
엄지부터 약지까지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지 확인한다
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반드시 전문의에게 받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.
손목터널증후군 치료법 - 초기가 골든타임
비수술적 치료 (초기~중기)
약물치료부터 시작한다. 소염진통제로 염증과 통증을 줄이는 것이 첫 단계다. 여기에 손목 보조기 착용, 물리치료, 스테로이드 주사 등을 병행한다.
수술적 치료 (중기~말기)
3~6개월간의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근육 위축이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. 다행히 수근관유리술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다.
- 수술 시간: 약 30분 이내
- 마취 방법: 국소마취
- 절개 크기: 1cm 정도의 최소 절개
- 회복 기간: 약 2주
수술 후에는 저린 감각과 야간 통증이 비교적 빠르게 개선된다. 다만 오래 방치했거나 근육 위축이 심한 경우에는 완전한 회복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.
손목터널증후군 예방 스트레칭 - 하루 5분의 기적
기본 손목 스트레칭
정중신경 글라이딩 운동
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신경글라이딩 운동은 6단계 동작으로 구성된다:
- 주먹을 쥔 상태에서 시작
- 손목을 중립으로 하고 손가락만 편다
- 손목과 손가락을 모두 편다
- 손목을 뒤로 젖히며 엄지를 펼친다
- 반대손으로 엄지를 스트레칭
- 목을 반대쪽으로 기울인다
직장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간단 운동
- 주먹 쥐기 운동: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10회 반복
- 손목 돌리기: 시계방향, 반시계방향으로 각각 10회
- 손가락 펼치기: 손가락 사이사이를 최대한 벌렸다가 모으기
일상생활 속 예방법 - 작은 습관이 만드는 큰 변화
컴퓨터 작업 환경 개선
의자와 책상 높이도 중요하다. 팔꿈치가 90도를 유지하고, 어깨가 자연스럽게 내려온 상태에서 작업해야 한다.
스마트폰 사용 습관 개선
가사노동 시 주의사항
설거지나 청소할 때 고무장갑 착용으로 미끄러짐을 방지하고,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양손 사용을 원칙으로 하자. 특히 명절 요리처럼 장시간 손목을 사용하는 작업 후에는 반드시 온찜질과 스트레칭을 해주어야 한다.
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? - 놓치면 안 되는 신호들
- 밤에 손 저림으로 잠에서 자주 깨는 경우
-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는 경우
- 엄지 근육이 눈에 띄게 말라보이는 경우
- 단추를 잠그거나 동전을 집는 것이 어려운 경우
- 팔렌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경우
특히 근육 위축이 시작되면 수술 후에도 완전한 회복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,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.
마무리 - 손목 건강, 오늘부터 시작하세요
손목터널증후군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.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.
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. 규칙적인 스트레칭, 올바른 작업 환경, 적절한 휴식이 손목 건강의 열쇠다.
오늘부터라도 1시간마다 손목 스트레칭을 해보자. 그리고 위에서 소개한 자가진단법으로 현재 상태를 확인해보자. 작은 관심이 큰 고통을 막을 수 있다.
우리의 손목도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.
※ 이 글은 의학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.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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